퇴직연금 계좌를 마지막으로 열어본 게 언제인가요.
저는 이 질문에 “작년쯤”이라고 답하는 사람을 여럿 봤습니다. 그리고 그 계좌의 절반 이상이 원리금보장 상품에 잠들어 있었습니다.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은 바로 그 방치를 막으려고 만든 장치입니다. 그런데 이것도 지정해두고 잊으면 결국 같은 결과가 됩니다.
[30초 요약] 디폴트옵션은 가입자가 운용 지시를 하지 않을 때 미리 정해둔 상품으로 자동 운용하는 제도입니다. DC형과 IRP가 대상입니다. 문제는 두 가지 — 아예 지정을 안 한 경우와 아무 생각 없이 초저위험을 골라둔 경우입니다. 둘 다 결과적으로는 방치입니다.
내 계좌는 지금 어느 상태인가요
세 가지 중 하나입니다. 이걸 아는 것부터가 시작입니다.
| 상태 |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나 |
|---|---|
| 직접 상품을 골라 운용 중 | 디폴트옵션은 대기만 함 |
| 지정만 해두고 지시 없음 | 지정한 디폴트옵션으로 자동 운용 |
| 지정도 안 함 | 대기성 자금으로 남아 사실상 방치 |
표를 풀면, “내가 뭘 안 했는지”에 따라 돈의 상태가 달라진다는 뜻입니다. 세 번째가 가장 흔하고 가장 손해입니다.
확인 방법은 간단합니다. 퇴직연금이 있는 금융사 앱에서 ‘사전지정운용방법’ 또는 ‘디폴트옵션’ 메뉴를 열면 지정 여부와 현재 등급이 나옵니다. 5분이면 됩니다.
등급을 고를 때 보는 것
디폴트옵션 상품은 위험 수준별로 나뉩니다. 초저위험부터 고위험까지요. 여기서 사람들이 자주 하는 실수가 “안전한 게 좋겠지” 하고 초저위험을 고르는 것입니다.
30년 뒤에 쓸 돈에 원리금보장 상품을 고르면, 물가상승률을 못 따라갑니다. 30년간 연 2%와 연 5%의 차이는 복리로 두 배 이상 벌어집니다.
기준은 나이가 아니라 이 돈을 언제 쓰느냐입니다. 은퇴까지 20년 이상 남았다면 위험자산 비중이 있는 쪽이 통계적으로 유리하고, 5년 안이라면 반대입니다.
이 감소 경로를 상품이 알아서 처리하게 하고 싶다면 TDF가 그 용도입니다. 구조는 TDF 글라이드패스 해부에 정리했습니다.
그래도 위험자산 한도는 남아 있습니다
DC형과 IRP에는 위험자산을 70%까지만 담을 수 있는 규정이 있습니다. 나머지 30%는 안전자산이어야 합니다.
다만 디폴트옵션으로 운용되는 상품에는 이 한도를 적용하지 않습니다. 적격 요건을 갖춘 TDF도 예외입니다. 그래서 실제로는 규정보다 유연하게 굴릴 여지가 있는데, 이걸 모르면 “70%가 최대”라고 생각하고 멈추게 됩니다.
한 번 지정하면 끝인가요
아니요. 여기가 이 글의 요지입니다.
디폴트옵션은 바꿀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인생의 단계가 바뀌면 바꿔야 합니다. 30대에 고른 등급을 55세까지 그대로 두는 건 지정을 안 한 것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저는 연 1회, 자산 점검하는 김에 같이 봅니다. 자주 볼 필요는 없지만 한 번도 안 보는 건 문제입니다.
확인하는 순서
한 번에 다 보려 하면 안 열어보게 됩니다. 순서를 정해두면 5분이면 끝납니다.
첫째, 지정 여부. 사전지정운용방법 메뉴에서 지정돼 있는지부터 봅니다. 안 돼 있으면 그것부터 처리합니다.
둘째, 현재 잔고가 어디 있는지. 지정만 해두고 실제로는 대기성 자금에 남아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지정과 실제 운용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셋째, 등급이 내 시점에 맞는지. 은퇴까지 남은 기간을 기준으로 봅니다.
세 가지 중 하나라도 어긋나 있으면, 그 계좌는 지금 일을 안 하고 있는 겁니다.
자주 묻는 질문
회사가 운용하는 DB형도 해당되나요? 아니요. DB형은 회사가 책임지고 운용하므로 가입자가 지정할 게 없습니다. DC형과 IRP만 대상입니다.
디폴트옵션으로 운용 중인데 직접 상품을 사면요? 가입자 지시가 우선입니다. 직접 운용을 시작하면 디폴트옵션은 다시 대기 상태가 됩니다.
원리금보장 상품이 무조건 나쁜가요? 아니요. 은퇴가 가까우면 오히려 그쪽이 맞습니다. 나쁜 건 상품이 아니라 아무 판단 없이 그 상태로 20년을 두는 것입니다.
수수료도 봐야 하나요? 봐야 합니다. 퇴직연금은 운용관리·자산관리 수수료가 계좌 단위로 붙고, 여기에 상품 보수가 더해집니다. 30년 단위에서는 이 차이가 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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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폴트옵션은 방치를 막는 장치지, 판단을 대신해주는 장치가 아닙니다.
※ 본 글은 제도에 대한 일반적인 설명이며 특정 상품의 권유가 아닙니다. 지정 절차와 상품 구성은 가입한 금융기관 안내를 확인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