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리너를 돌려서 조건을 다 통과한 종목 목록이 나오면, 그대로 사고 싶어집니다.
기계가 골라줬으니 왠지 믿음이 가죠. 그런데 저는 이 목록을 매일 받아보면서, 통과 종목의 대부분이 결국 실패한다는 걸 데이터로 확인했습니다. 오늘은 왜 스크리너 결과를 매수 신호로 착각하면 안 되는지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30초 요약] 스크리너는 수천 종목을 수십 개로 줄여주는 깔때기일 뿐, “이걸 사라”는 신호가 아닙니다. 통과 종목도 대부분 실패하고, 결정적으로 같은 종목도 시장 국면에 따라 정반대 결과가 나옵니다. 시장이 하락 추세면 아무리 좋은 후보도 무너질 확률이 높아집니다.
통과했다는 건 ‘실패 확률이 조금 낮다’는 뜻일 뿐
먼저 인정할 게 있습니다. 잘 만든 스크리너를 통과한 종목도 대부분은 오르지 못합니다.
신고가를 뚫는 척하다 도로 빠지는 종목이 실제로 훨씬 많습니다. 스크리너가 하는 일은 “확실히 오를 종목을 찾는 것”이 아니라 “안 될 확률이 높은 종목을 미리 빼는 것”에 가깝습니다. 조건을 통과했다는 건 합격이 아니라, 그저 1차 서류 통과입니다.
그래서 통과 목록을 받으면 저는 “이제 여기서 뭘 더 봐야 하나”를 생각하지, “몇 개 살까”를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 관점 차이가 생각보다 큽니다.
같은 종목도 시장 국면에 따라 정반대가 됩니다
더 중요한 건 이겁니다. 완전히 똑같은 조건의 종목이라도, 시장 전체가 오르는 국면이냐 내리는 국면이냐에 따라 결과가 정반대로 갈립니다.
시장이 상승 추세일 때 신고가를 뚫는 종목은 그대로 더 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대로 시장 전체가 하락 추세일 때 신고가를 뚫는 종목은, 뚫자마자 시장에 끌려 내려가는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파도가 밀려오는 방향으로 헤엄쳐야 덜 힘든 것과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개별 종목 스크리너와 시장 국면을 항상 같이 봅니다. 기관이 파는 날(분배일)이 쌓이고 있는지, 하락 뒤 반등이 진짜인지(팔로우스루) 같은 신호로 시장이 지금 어느 계절인지를 먼저 확인합니다. 시장이 겨울이면, 아무리 예쁜 후보라도 손을 대는 개수를 줄입니다.
숫자로 보면 이렇게 갈립니다
가상의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어떤 스크리너 조건의 통과 종목이 장기적으로 승률 40% 정도라고 해봅시다.
이 40%는 평균일 뿐입니다. 시장이 상승 국면인 구간만 떼어 보면 승률이 50% 위로 올라가고, 하락 국면 구간만 보면 30% 아래로 떨어지는 식입니다. 같은 스크리너, 같은 조건인데 국면 하나로 승률이 20%포인트 넘게 벌어집니다. 개별 종목을 아무리 잘 골라도, 국면을 무시하면 이 차이에 계속 당합니다.
그래서 스크리너는 ‘어디를 볼지’까지만입니다
결국 스크리너의 역할은 딱 여기까지입니다. 수천 개 중 어디를 들여다볼지 범위를 좁혀주는 것.
그다음 무엇을, 언제, 얼마나 살지, 언제 손절할지는 완전히 다른 영역이고, 그건 각자의 규칙과 리스크 관리의 몫입니다. 스크리너를 매수 버튼처럼 쓰는 순간, 도구의 용도를 넘어서게 됩니다. 저는 이 선을 넘지 않으려고 늘 조심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그럼 스크리너는 왜 쓰나요? 사람이 수천 종목을 매일 눈으로 볼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스크리너는 시간을 아껴주고, 감정이 아니라 정해둔 기준으로 후보를 좁혀줍니다. 목적이 ‘정답’이 아니라 ‘범위 축소’라는 걸 기억하면 오히려 유용합니다.
시장 국면은 어떻게 판단하나요? 지수가 장기 추세선 위에 있는지, 기관 매도일이 쌓이는지, 하락 뒤 반등이 확인됐는지 등을 종합해서 봅니다. 하나의 정답 지표는 없고, 여러 신호를 같이 읽습니다. 중요한 건 ‘개별 종목만 보지 않는 것’입니다.
초보자는 어떻게 시작하면 되나요? 처음에는 사지 말고 관찰만 해보세요. 스크리너 통과 종목을 목록으로 저장해두고, 몇 주 뒤 실제로 어떻게 됐는지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감이 크게 잡힙니다. 돈을 걸기 전에 도구를 먼저 이해하는 순서가 안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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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구는 도구일 뿐입니다. 어디를 볼지는 스크리너가 정해줘도, 무엇을 할지는 끝까지 사람의 몫으로 남습니다.
※ 본 글은 특정 종목·매매 시점 권유가 아니며, 투자 판단과 결과의 책임은 본인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