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 신호가 뜨면 쉬어라.”
투자 조언 중에 이만큼 자주 들리는 말도 없습니다. 그런데 이상하죠. 쉬어서 피한 손실은 다들 이야기하는데, 쉬는 동안 놓친 상승을 계산해서 보여주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제가 쓰는 신호등에도 같은 질문을 던져야 했습니다. 그래서 코스피 28.9년치(1996년 말~2026년 7월)를 하루 단위로 되감아 청구서를 뽑아봤습니다.
[30초 요약] 분배일(기관 매도 흔적)만으로 빨간불이 된 날들은, 아무 신호도 없던 ‘청정’ 상태보다 이후 성과가 실제로 낮았습니다 — 3개월 뒤 기준 4.1%포인트 낮습니다. 신호가 헛것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그런데 전환 시점 기준으로 세면 하락이 뒤따른 경우는 43%뿐이었고, 강세장에서는 빨간불 직후 3개월간 50% 넘게 오른 사례도 있었습니다. 둘 다 사실입니다.
뭘 어떻게 쟀나요
하루하루를 세 상태로 나눴습니다.
- 청정 — 아무 경고도 없는 날(신규 매수 허용)
- 가격-빨간불 — 지수가 200일선 아래거나 고점에서 크게 빠진 날
- 분배일-빨간불 — 가격은 멀쩡한데 기관 매도 흔적만 쌓여 걸린 날
그리고 각 상태의 다음 10일·21일·63일 수익을 비교했습니다. 차단한 날 이후 시장이 내렸으면 차단이 옳았던 것이고, 올랐으면 그 상승을 놓친 겁니다. 비교 기준선은 ‘청정’입니다.
결과 — 신호는 노이즈가 아니었습니다
| 상태 | +21일 평균 | 승률 | +63일 평균 | 승률 |
|---|---|---|---|---|
| 청정(기준선) | +1.6% | 58% | +4.7% | 64% |
| 분배일-빨간불 | +0.3% | 53% | +0.6% | 51% |
| 가격-빨간불 | +0.8% | 56% | +2.5% | 59% |
표를 풀면, 빨간불이 켜진 날들의 이후 수익이 실제로 더 나빴다는 뜻입니다. 특히 분배일만으로 걸린 날은 3개월 뒤 승률이 51% — 동전 던지기 수준까지 떨어집니다. 청정 상태의 64%와 비교하면 격차가 뚜렷합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신호 좋네, 쓰면 되겠다”가 됩니다.
그런데 세는 방식을 바꾸면 그림이 달라집니다
위 표는 날짜 하나하나를 세는 방식입니다. 하락장은 빨간불이 오래 지속되니, 나쁜 날들이 자연히 많이 포함됩니다. 평균이 낮게 나오는 게 당연합니다.
그래서 다르게 세봤습니다. 빨간불로 바뀌는 순간(전환 이벤트)만 108건 골라서, 그 뒤 3개월을 봤습니다.
- 하락이 뒤따른 경우: 43%
- 전환 이벤트의 3개월 평균: +2.1% (플러스입니다)
그리고 놓친 상승의 크기가 만만치 않았습니다. 빨간불 직후 3개월간 +57%, +54%, +41% 오른 전환도 있었습니다. 하필 강세장 초입에 경고등이 켜진 경우들입니다.
숫자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평균적으로는 값을 하지만, 강한 상승장에서는 비싼 대가를 치른다. 두 문장이 모순처럼 보이지만 같은 데이터에서 동시에 나옵니다.
그래서 규칙을 바꿨습니다
이 결과를 받고 제 신호등에서 분배일을 판정 기준에서 뺐습니다.
지금은 가격 추세(200일선, 고점 대비 낙폭)만으로 빨간불을 판정하고, 분배일은 초록불 구간에서 노출을 조절하는 보조 지표로만 씁니다. 큰 손실을 막는 본체는 가격 쪽이었고, 분배일 단독 신호는 ‘약세 확률이 높다’까지지 ‘하락이 온다’가 아니었으니까요. 바뀐 규칙은 주간 신호등 리포트에 적어뒀습니다.
이 숫자를 믿을 때 주의할 점
세 가지는 분명히 해두겠습니다.
전방 수익 구간이 서로 겹치기 때문에 통계적 유의성을 주장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평균만 보지 않고 중앙값·승률·표본 수를 같이 봤습니다. 또 지수 하나의 단일 경로 29년이고, 지수로 잰 결과를 개별 종목에 그대로 옮길 수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이건 성능 주장이 아니라 기대치 기록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그럼 위험 신호는 안 봐도 되나요? 아니요. 가격 기준 신호는 이 표에서도 값을 했습니다. 문제는 “신호가 있으니 무조건 멈춘다”가 아니라, 어떤 신호에 얼마나 무게를 줄지입니다.
43%면 반도 안 맞는 거 아닌가요? 맞히는 비율만으로는 판단할 수 없습니다. 43%의 경우에 피하는 손실이 크고, 57%의 경우에 놓치는 상승이 작다면 그래도 남는 장사입니다. 이 데이터에서는 그 균형이 국면에 따라 크게 흔들렸습니다.
개인 투자자도 이런 계산을 할 수 있나요? 지수 종가와 거래량만 있으면 가능합니다. 파이썬으로 가격 데이터를 받는 방법은 FinanceDataReader 5분 실습에 정리해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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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 나온 분배일이 무엇인지는 분배일 세는 법에, 단순 규칙 하나로 29년을 버티면 어떻게 되는지는 이동평균 30년 백테스트에 있습니다.
규칙을 지키는 비용을 모르면, 비용이 커지는 국면에서 규칙을 버리게 됩니다.
※ 본 글은 과거 데이터에 대한 기록이며 미래 성과를 보장하지 않습니다. 특정 매매 방식의 권유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