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저축 좋대요.” “IRP도 넣으세요.” “ISA는 필수죠.”
셋 다 맞는 말입니다. 문제는 월급이 무한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여유 자금이 월 50만 원이면 어디부터 채워야 할까요.
저는 이 순서를 잘못 잡아서 몇 년을 손해 봤습니다. 묶이면 안 되는 돈을 연금계좌에 넣었다가 중도에 깨고 세금을 토해낸 적도 있고요. 그 경험을 계산으로 정리했습니다.
[30초 요약] 기본 순서는 ① 연금저축 600만 → ② IRP 300만(합산 900만) → ③ ISA입니다. 연금계좌는 넣는 즉시 13.2~16.5%가 확정으로 돌아오기 때문입니다. 단, 3년 안에 쓸 돈이거나 낼 세금이 거의 없다면 순서가 뒤집힙니다 — 그때는 ISA가 먼저입니다.
세 계좌의 성격부터
| 연금저축 | IRP | ISA | |
|---|---|---|---|
| 혜택 | 세액공제 13.2~16.5% | 세액공제 13.2~16.5% | 수익 200만(서민형 400만) 비과세, 초과분 9.9% |
| 한도 | 연 600만 | 연금저축과 합쳐 900만 | 연 4,000만 (총 2억) |
| 묶이는 기간 | 만 55세까지 | 만 55세까지 | 3년 |
| 중도 인출 | 세제혜택 받은 부분은 불이익 | 법정 사유만 가능 | 원금까지는 자유 |
| 운용 제약 | 자유로운 편 | 위험자산 70% 상한 | 중개형이면 직접 매매 |
표를 풀면, 연금계좌는 혜택이 크고 묶임도 길고, ISA는 혜택이 작고 묶임도 짧다는 뜻입니다. 순서는 여기서 결정됩니다.
기본 순서가 연금계좌 먼저인 이유
연금계좌의 세액공제는 투자 성과와 무관하게 확정입니다. 총급여 5,500만 원 이하라면 넣은 돈의 16.5%, 초과라면 13.2%가 이듬해 2월에 돌아옵니다.
| 넣은 금액 | 5,500만 이하 (16.5%) | 5,500만 초과 (13.2%) |
|---|---|---|
| 월 25만 (연 300만) | 49만 5천 원 | 39만 6천 원 |
| 월 50만 (연 600만) | 99만 원 | 79만 2천 원 |
| 월 75만 (연 900만) | 148만 5천 원 | 118만 8천 원 |
반면 ISA의 절세액은 수익이 나야 생깁니다. 배당 300만 원을 받는 경우 일반 계좌 대비 36만 3천 원을 아끼는데(계산 과정), 수익이 없으면 절세액도 0원입니다.
같은 600만 원을 넣었을 때 한쪽은 99만 원이 확정이고, 다른 쪽은 수익에 달려 있습니다. 그래서 기본값은 연금계좌가 먼저입니다.
연금저축을 IRP보다 먼저 채우는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담을 수 있는 상품이 더 자유롭고, IRP는 위험자산을 70%까지만 담을 수 있습니다. 순서를 자세히 뜯은 글은 연금저축·IRP 세액공제 편에 있습니다.
순서가 뒤집히는 세 가지 경우
첫째, 3년 안에 쓸 돈이라면 ISA가 먼저입니다. 결혼, 이사, 전세 보증금처럼 시점이 정해진 돈은 연금계좌에 넣으면 안 됩니다. 중도 해지하면 그동안 공제받은 금액과 수익에 16.5%의 기타소득세가 붙습니다. 돌려받은 걸 그대로 게워내는 셈입니다.
둘째, 낼 세금이 거의 없다면 연금계좌의 매력이 사라집니다. 세액공제는 이미 낸 세금을 깎아주는 것이라, 소득이 없거나 면세점 근처면 돌려받을 것 자체가 없습니다. 소득이 없는 배우자 명의로 넣어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경우 ISA부터 채우는 게 맞습니다.
셋째, 배당·이자 수익이 큰 사람은 ISA를 함께 서둘러야 합니다. 금융소득이 연 2천만 원을 넘으면 다른 소득과 합산되는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이 되는데, ISA 안의 수익은 이 합산에서 빠집니다. 선에 가까운 분일수록 ISA의 가치가 세액공제보다 커질 수 있습니다.
무엇을 어디에 담을지도 순서의 일부입니다
계좌를 채우는 순서만큼 어떤 자산을 그 안에 넣느냐가 절세액을 가릅니다.
- ISA에 담을 것: 원래 15.4%를 떼는 것들 — 배당주, 예금·채권 이자, 국내 상장 해외지수 ETF
- ISA에 담아도 소용없는 것: 국내 주식과 국내 주식형 ETF (매매차익이 원래 비과세)
- 연금계좌에 담을 것: 오래 굴릴 장기 자산. 레버리지·인버스는 애초에 담기지 않습니다
어느 상품이 과세 대상인지는 ETF 세금 정리에 표로 정리해뒀습니다.
두 계좌는 3년 뒤에 이어집니다
ISA는 3년 만기가 되면 그 자금을 연금계좌로 옮길 수 있고, 옮긴 금액의 10%(최대 300만 원)만큼 그해 세액공제 한도가 늘어납니다. 900만 원 한도가 1,200만 원이 되는 겁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이 사이클을 돌립니다. ISA에서 3년간 비과세로 굴리고 → 만기에 연금계좌로 옮겨 추가 공제를 받고 → 새 ISA를 다시 연다. 순서를 고민할 때 둘을 경쟁 관계로 보지 않아도 되는 이유입니다.
그래서 월 50만 원이라면
제가 권하는 배분은 이렇습니다.
| 상황 | 배분 |
|---|---|
| 직장인, 3년 내 큰 지출 없음 | 연금저축 50만 (연 600만) 전액 |
| 직장인, 2~3년 뒤 목돈 필요 | 연금저축 25만 + ISA 25만 |
| 소득이 없거나 아주 적음 | ISA 50만 |
| 연금저축 600만을 이미 채움 | IRP 25만 + ISA 25만 |
중요한 건 금액이 아니라 묶어도 되는 돈과 아닌 돈을 먼저 나누는 것입니다. 저는 연금계좌 돈을 “없는 돈”으로 취급하고, 6개월 안에 쓸 가능성이 있는 돈은 절대 넣지 않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세 개를 동시에 넣어도 되나요? 됩니다. 한도도 각각 따로입니다. 순서 이야기는 “돈이 한정적일 때 어디부터”의 문제입니다.
연금저축과 IRP 차이가 뭔가요? 세액공제는 같고, 연금저축이 운용이 더 자유롭습니다. IRP는 위험자산 70% 상한이 있고 관리 수수료가 붙는 경우가 있으니 개설 전에 면제 조건을 확인하세요.
ISA는 어떤 유형으로 만들어야 하나요? 직접 ETF·주식을 사고팔려면 중개형이어야 합니다. 신탁형·일임형은 직접 매매가 안 됩니다.
IRP 한도 300만 원만 넣어도 되나요? 됩니다. 합산 900만 원 안에서 어떻게 나누든 공제액은 같습니다. 연금저축 600 + IRP 300이 일반적인 조합입니다.
연금저축을 600만 원 넘게 넣으면 어떻게 되나요? 공제는 600만 원까지만 되지만, 초과 납입분도 계좌 안에서 과세이연 혜택을 받으며 굴러갑니다. 다음 해로 공제를 이월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함께 읽으면 좋은 글
각 계좌의 계산은 연금저축·IRP 세액공제 편과 ISA 절세 계산 편에 자세히 있습니다. 계좌 안에 무엇을 담을지는 ETF 세금 정리를 함께 보세요.
순서를 정하는 기준은 결국 하나입니다. 그 돈을 언제 쓸 것인가. 이것만 먼저 정하면 나머지는 계산이 알아서 알려줍니다.
※ 본 글은 2026년 기준 일반 정보이며 세법은 개정될 수 있습니다. 한도·공제율은 개인 소득 상황에 따라 다르니 정확한 금액은 국세청 연말정산 자료를 확인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