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오는 규칙은 만들기 쉽습니다. 어려운 건 다시 들어가는 규칙입니다.
지난 회차에서 손절 규칙의 29년 원장을 뜯어봤는데요. 그 규칙에는 짝이 있습니다. 나온 다음 언제 돌아갈지를 정하는 규칙이요.
저는 여기에 “바닥 확인 신호(FTD)가 뜰 때까지 기다린다”는 조건을 걸어뒀습니다. 안전해 보이죠. 실제로 재봤더니 가장 비싼 조항이었습니다.
[30초 요약] 코스피에서 위험 신호가 풀린 뒤 확인 신호가 뜰 때까지 중앙값 124일이 걸렸습니다. 77건 중 77%가 한 달을 넘겼고, 그 기다리는 동안 시장은 평균 +9.70% 올랐습니다. 낙폭 대비 수익(칼마)으로 비교하니 이 조건이 있는 쪽이 0.025, 없는 쪽이 0.173 — 일곱 배 차이였습니다.
무엇을 재봤나
세 가지 방식을 같은 데이터(코스피 1996년~, 7,691일)로 돌렸습니다.
| 방식 | CAGR | 최대 낙폭 | 칼마 | 평균 노출 |
|---|---|---|---|---|
| A) 위험 신호만 보고 바로 복귀 | +7.72% | −44.69% | 0.173 | 55.1% |
| B) 가격 조건 하나를 더 확인 | +6.79% | −44.59% | 0.152 | 44.6% |
| C) 확인 신호(FTD)까지 대기 | — | — | 0.025 | — |
표를 풀면, 확인 절차를 늘릴수록 성과가 나빠졌다는 뜻입니다. 낙폭은 세 방식이 거의 같은데(−44%대) 수익만 깎였습니다. 안전을 사려고 냈던 돈이 안전을 사주지 못한 셈입니다.
왜 이렇게 됐나
숫자를 하나씩 보면 이유가 분명합니다.
신호가 너무 드물었습니다. 코스피에서 이 확인 신호는 10년에 8번꼴로 떴습니다. 신호가 없는 구간의 중앙값이 331일입니다.
그래서 오래 기다렸습니다. 위험 신호가 풀린 77건에서, 다음 확인 신호까지 중앙값 124일. 30일을 넘긴 경우가 77%였습니다.
기다리는 동안 시장이 올랐습니다. 대기 구간의 코스피 평균은 +9.70%. 그중 오른 39건(51%)만 따로 보면 평균 +26.00%입니다. 회복장의 앞부분을 통째로 앉아서 보낸 겁니다.
게다가 신호가 뜬 시점도 좋은 진입점이 아니었습니다. 확인 신호 직후 3개월 수익이 +0.11%, 아무 날이나 들어갔을 때의 +2.70%보다 낮았습니다. 승률도 47%로 절반이 안 됩니다.
자물쇠와 열쇠가 다른 제품이었습니다
원인을 찾고 나니 허무했습니다. 나오는 조건과 들어가는 조건이 서로 다른 이론에서 왔습니다.
나올 때는 이동평균선을 씁니다. 추세가 꺾였는지 보는 도구죠. 들어갈 때 쓰던 확인 신호는 짧은 조정에서 바닥을 확인하는 용도로 만들어진 것이고, 이동평균선과 짝을 이루라고 설계된 게 아닙니다.
브레이크는 발로 밟는데 푸는 건 열쇠로 하는 구조였습니다. 각각은 멀쩡한 도구인데 조합이 틀렸습니다.
그래서 뺐습니다
이 결과를 받고 확인 신호 조건을 재진입 규칙에서 제거했습니다. 지금은 위험 신호가 풀리면 정해진 절차대로 복귀합니다.
바꾸기 전에 기준을 먼저 적어뒀습니다. “수익이 늘어나면 채택”이 아니라 “낙폭 대비 수익이 나아지면 채택”으로요. 결과를 보고 기준을 정하면 그건 검증이 아니니까요.
이 숫자의 한계
코스피 한 시장의 결과입니다. 같은 검정을 다른 시장에서도 돌렸지만, 재현 대조에서 일부 수치가 맞지 않아 이 글에는 쓰지 않았습니다. 확인되지 않은 숫자를 근거로 쓰면 그때부터는 데이터가 아니라 이야기가 됩니다.
그리고 지수 기반 단일 경로이며, 세금과 추적오차는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확인 신호 자체가 쓸모없다는 뜻인가요? 아니요. 원래 용도(짧은 조정에서의 바닥 확인)로는 여전히 씁니다. 문제는 엉뚱한 자리에 끼워 넣었을 때 생겼습니다.
그럼 아무 확인 없이 바로 들어가나요? 위험 신호가 풀렸다는 것 자체가 조건입니다. 추가 확인 절차를 없앴을 뿐, 조건이 사라진 게 아닙니다.
규칙을 자꾸 바꾸면 결과에 맞추게 되지 않나요? 그래서 바꾸기 전에 판정 기준을 문서에 먼저 적습니다. 이 검정에서도 기준 미달로 기각한 변경이 따로 있었습니다. 통과한 것만 바뀝니다.
개인 투자자가 이런 걸 재볼 수 있나요? 지수 종가와 거래량이면 됩니다. 어려운 건 계산이 아니라 자기 규칙을 의심하는 일입니다.
함께 읽으면 좋은 글
짝이 되는 규칙은 손절 규칙의 보험 원장에, 이 확인 신호가 무엇인지는 팔로우스루데이 해설에 있습니다.
규칙을 하나 더 붙이는 건 언제나 안전해 보입니다. 그 안전의 값을 재보기 전까지는요.
※ 본 글은 과거 데이터에 대한 기록이며 미래 성과를 보장하지 않습니다. 특정 매매 방식의 권유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