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손절 기준, 29년 실측 — 74번 발동해서 18번 맞았습니다

규칙대로 팔았는데 다음 주에 시장이 올랐습니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규칙을 의심하게 됩니다. 저도 7월에 전량 현금으로 내려간 뒤 지수가 반등하는 걸 보면서 같은 생각을 했고요.

그래서 세어봤습니다. 이 규칙은 29년 동안 몇 번 맞고 몇 번 틀렸을까. 이번 글부터 제가 쓰는 규칙을 하나씩 뜯어보려고 하는데, 첫 순서는 가장 자주 의심받는 이것입니다.

[30초 요약] 코스피 28.9년치에서 이 규칙은 74번 발동했습니다. 그중 실제로 하락을 피한 건 18번, 괜히 팔았다가 오른 게 43번입니다. 승률로 따지면 24%입니다. 그런데도 쓰는 이유는 최대 낙폭이 −64.7%에서 −42.0%로 줄었기 때문입니다. 43번의 작은 실수를 감수하고 18번의 큰 사고를 피하는 구조입니다.

어떤 규칙인가요

지수가 50일 이동평균선 아래로 내려가면 주식 비중을 단계적으로 줄이고, 회복하면 되돌리는 규칙입니다. 특별할 게 없습니다. 교과서에도 나오고, 검색하면 수백 개가 나오는 그 규칙이 맞습니다.

중요한 건 규칙의 참신함이 아니라 29년 동안 실제로 어떻게 굴렀는지입니다.

성적표부터

1996년 말부터 2026년 7월까지, 거래비용을 넣고 돌린 결과입니다.

지표 그냥 보유 규칙 적용
연 수익률 8.1% 8.9%
최대 낙폭 −64.7% −42.0%
낙폭 대비 수익(칼마) 0.13 0.21
비중 변경 횟수 — 419회 (연 14.5회)

표를 풀면, 수익은 거의 안 늘었고 낙폭만 크게 줄었다는 뜻입니다. 연 0.8%포인트 차이는 사실상 노이즈로 봐도 됩니다. 이 규칙의 정체는 수익 도구가 아니라 방어 도구입니다.

자산이 반 토막(−65%) 나는 것과 60% 남는 것(−42%)의 차이는, 숫자보다 그 구간을 버텨낼 수 있느냐에서 갈립니다. 저는 −65%를 버틸 자신이 없습니다.

보험료와 보험금

74번의 발동을 성격별로 나눠봤습니다.

  • 보험금(보호) 18회 — 팔고 나서 실제로 시장이 빠졌다. 구간 평균 −14.3%, 최악은 −36.1%
  • 보험료(휩쏘) 43회 — 팔았는데 올랐다. 구간 평균 +5.8%
  • 중립 13회

크게 방어한 다섯 번은 이렇습니다.

이탈 복귀 그 사이 지수
1997-07 1998-01 −36.1%
2008-06 2008-12 −33.6%
1998-03 1998-07 −28.2%
2000-07 2000-12 −24.8%
2021-08 2022-08 −21.5%

이름을 붙이면 IMF, 금융위기, 닷컴 붕괴입니다. 이 규칙이 값을 하는 순간은 1년에 몇 번이 아니라 10년에 몇 번입니다.

그래서 평상시에는 늘 틀린 것처럼 보입니다. 43번의 “괜히 팔았네”가 18번의 “살았네” 사이사이에 흩뿌려져 있으니까요. 규칙을 버리는 사람들은 대부분 43번 구간에서 버립니다.

자주 확인하는 게 왜 중요했나

같은 규칙을 월말에만 확인하는 버전과 비교해봤습니다. 규칙은 그대로 두고 확인 주기만 바꿨습니다.

지표 매일 확인 월말만 확인
연 수익률 8.9% 5.9%
최대 낙폭 −42.0% −58.4%
칼마 0.21 0.10

표를 풀면, 확인이 늦으면 방어도 늦는다는 뜻입니다. 코스피는 미국 지수보다 빠르게 무너지는 편이라, 한 달에 한 번 보는 것으로는 이미 늦습니다.

이건 제가 원래 알던 사실이 아니라, 설계 근거로 적어뒀던 문장을 데이터로 다시 확인한 결과입니다. 적어둔 근거가 틀렸을 가능성을 열어두고 재봤더니 이번엔 맞았습니다.

이 숫자의 한계

셋을 분명히 해두겠습니다.

복귀 조건이 실제와 다릅니다. 실전에서는 규칙이 풀린 뒤에도 별도의 확인 신호를 기다렸다가 들어가는데, 이 백테스트는 그 지연을 재현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실제 성과는 이 표보다 나쁠 수 있습니다.

지수 기준이고 세금은 뺐습니다. 실제로는 ETF 추적오차와 세금이 더 붙습니다.

그리고 한 번의 경로 29년입니다. 이건 성능 주장이 아니라 기대치 기록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승률 24%짜리를 왜 쓰나요? 승률이 아니라 한 번의 크기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지는 43번은 평균 +5.8%를 놓치고, 이기는 18번은 평균 −14.3%를 피합니다. 크기가 세 배 가까이 차이 납니다.

개별 종목에도 적용되나요? 이 측정은 지수 기준입니다. 개별 종목은 변동성이 훨씬 커서 같은 선을 쓰면 훨씬 자주 튕겨 나갑니다. 그대로 옮기지 마세요.

50일선이 정답인가요? 아니요. 이 숫자는 제가 쓰는 값일 뿐이고, 최적값을 찾아 돌린 결과가 아닙니다. 오히려 최적값을 찾아 붙이는 순간 백테스트가 거짓말이 되는 함정에 빠집니다.

함께 읽으면 좋은 글

같은 규칙을 30년 단위로 본 결과는 이동평균 30년 백테스트에, 이런 필터가 강세장에서 치르는 대가는 국면 필터의 청구서에 정리했습니다.

다음 회에는 규칙을 하나 더 뜯어보겠습니다. 이번처럼 원장부터 까고 시작하려 합니다.

※ 본 글은 과거 데이터에 대한 기록이며 미래 성과를 보장하지 않습니다. 특정 매매 방식의 권유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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