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에서 반등 첫날 사면 안 되는 이유 — 팔로우스루데이(FTD)

폭락장에서 지수가 하루 크게 반등하면 마음이 급해집니다. “지금이 바닥인데 나만 놓치는 거 아닌가.”

그런데 하락장에서 가장 흔한 것이 바로 그 ‘하루 반등’입니다. 진짜 바닥과 가짜 반등을 구분하는 도구가 없으면, 떨어지는 칼날을 반등날마다 잡게 됩니다.

이 글은 그 구분 도구인 팔로우스루데이(Follow-Through Day, FTD)를 다룹니다. 제가 실제 매매 규칙으로 쓰고 있는 신호입니다.

[30초 요약] FTD는 저점 이후 반등 4~10일차에 지수가 큰 폭 상승(+1.5% 안팎) + 거래량 증가로 마감하는 날입니다. 반등 첫날이 아니라 4일째부터 세는 이유는 가짜 반등을 걸러내기 위해서고, FTD가 떠도 약 1/3은 실패하니 “전액 매수”가 아니라 “시험적 재진입 허가”로 써야 합니다.

팔로우스루데이가 뭔가요

윌리엄 오닐(투자연구기관 IBD 창립자)이 수십 년의 시장 바닥을 분석해 만든 신호입니다. 정의는 생각보다 단순합니다.

하락장에서 지수가 저점을 찍고 반등을 시작했다고 해보죠. 그 반등 4~10일차 사이에, 주요 지수가 전일 대비 의미 있는 폭(통상 +1.5% 안팎, IBD의 현행 예시는 +1.25%)으로 오르면서 거래량이 전날보다 늘어난 날 — 그날이 FTD입니다.

가격만 오르면 안 되고 거래량이 같이 늘어야 합니다. 큰손들이 실제로 사들어왔다는 흔적이 거래량이거든요.

왜 반등 첫날은 안 세나요

하락장의 특징은 곧게 떨어지지 않는다는 겁니다. 급락 중간중간 강한 반등이 섞입니다. 흔히 ‘데드캣 바운스’라고 부르는데, 죽은 고양이도 높은 데서 떨어지면 튀어오른다는 잔인한 비유죠.

반등 1~3일차의 상승은 이 가짜일 확률이 높습니다. 그래서 오닐은 4일차까지 반등이 살아있는지를 먼저 확인하고, 그 이후의 대량 상승만 신호로 인정했습니다.

숫자로 보면 이렇습니다. 지수가 100에서 85까지 떨어졌다가 반등을 시작했다고 하죠.

– 반등 1일차: 85 → 88 (+3.5%) — 아직 아무 의미 없음. 데드캣일 수 있음 – 2~3일차: 88 근처에서 버팀 — 여전히 관찰만 – 4일차: 88 → 89.5 (+1.7%), 거래량 전일보다 증가 → FTD 성립

첫날의 +3.5%가 아니라, 4일이나 지나고 나온 +1.7%가 신호입니다. 직관과 반대라서 처음엔 어색한데, 이 어색함이 가짜 반등을 걸러주는 비용입니다.

FTD가 뜨면 바로 사도 되나요

여기가 가장 중요한 부분입니다. 아니요.

IBD 스스로 인정하는 통계가 있습니다. FTD의 약 1/3은 실패합니다. 신호가 떴는데 시장이 다시 무너지는 경우가 셋 중 하나라는 뜻입니다.

그럼 왜 쓰냐고요? 반대 방향의 통계 때문입니다. “새로운 강세장이 FTD 없이 시작된 경우는 거의 없다” — 즉 FTD는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이 아닙니다. 바닥이면 반드시 뜨지만, 떴다고 반드시 바닥은 아닌 거죠.

그래서 실전 용법은 이렇습니다. FTD 전에는 신규 매수 자체를 쉬고, FTD가 뜨면 작은 시험 포지션만 들어갑니다. 시장이 그 뒤로도 살아있으면 늘리고, 다시 무너지면 작게 잃고 나옵니다.

제가 당할 뻔한 함정 — 낡은 FTD

이건 책에 잘 안 나오는데, 제가 직접 겪을 뻔해서 적어둡니다.

올해 제 시스템 기록을 보다가 “FTD 확인됨”이라는 표시를 발견했습니다. 곧 매수 재개구나 싶었는데, 날짜를 보니 43일 전 FTD였습니다. 그 사이 시장은 다시 하락 국면으로 돌아가 있었고요.

FTD는 유통기한이 있는 신호입니다. FTD가 떴어도 그 뒤에 기관 매도(분배일)가 다시 쌓여 하락 국면으로 복귀했다면, 그 FTD는 만료된 겁니다. 유효한 건 “하락이 끝난 뒤, 새 저점에서 새로 시작된 반등의 신선한 FTD”뿐입니다.

그래서 저는 2단계로 생각합니다. ①하락 국면이 먼저 끝나야 하고(분배일 소멸, 이동평균 회복) ②그 다음 새 반등의 4~10일차에서 FTD를 확인합니다. ①이 안 끝났으면 FTD 시계는 아직 시작도 안 한 겁니다.

실제 제 시스템에는 여기에 신선도 판정 같은 세부 규칙이 몇 겹 더 있는데, 뼈대는 이 두 단계가 전부입니다.

분배일과 세트로 쓰세요

FTD는 바닥을 확인하는 신호입니다. 반대편, 그러니까 천장에서 기관이 빠져나가는 걸 잡는 신호가 분배일인데요, 이 둘은 세트입니다. 분배일이 쌓이면 매수를 멈추고, FTD가 뜨면 조심스럽게 재개하는 식이죠. 분배일 세는 법은 분배일 글에 따로 정리해뒀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팔로우스루데이 기준이 왜 자료마다 다른가요? 오닐의 원래 기준과 IBD의 현행 기준이 조금 다르고(상승률 1.25~1.7% 사이), 시장 변동성에 따라 실무자들이 조정해 쓰기 때문입니다. 핵심은 정확한 숫자가 아니라 “반등 4일차 이후 + 대량 거래 + 큰 폭 상승”이라는 구조입니다.

FTD가 떴는데 다음 날 하락하면 무효인가요? 하루 하락으로 바로 무효는 아닙니다. 다만 FTD 직후 다시 분배일이 연달아 쌓이면 실패로 봅니다. 그래서 시험 포지션으로 시작하라는 겁니다.

한국 시장에도 적용되나요? FTD는 미국 시장에서 만들어진 규칙이고, 한국 시장에서 독립적으로 검증된 신호는 아닙니다. 저는 “검증된 예측기”가 아니라 “재진입 확인 장치”로만 씁니다 — 이 구분이 중요합니다.

개별 종목에도 FTD를 쓰나요? 아니요, FTD는 지수(시장 전체)용 신호입니다. 개별 종목은 시장이 허락한 뒤에 종목 자체의 조건(차트·실적)으로 따로 판단해야 합니다.

함께 읽으면 좋은 글

FTD의 짝인 천장 신호는 분배일 세는 법에서 다뤘습니다. “신호에 따라 쉬는 것”이 실제 수익률에 어떤 차이를 만드는지는 이동평균선 30년 백테스트에 데이터로 정리돼 있습니다.

바닥은 예측하는 게 아니라 확인하는 것이고, FTD는 그 확인 도장입니다 — 다만 도장의 1/3은 가짜라는 것까지 기억하셔야 완성입니다.

※ 본 글은 특정 상품의 매수·매도 권유가 아니며, 과거 통계는 미래 결과를 보장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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