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스닥 3배 ETF에 10년 묻어두면 은퇴한다.”
투자 커뮤니티에서 한 번쯤 보셨을 문장입니다. 실제로 지난 10여 년 수익률만 보면 틀린 말이 아니라서 더 위험합니다. 저도 이 상품을 오래 지켜보고 직접 데이터를 돌려본 사람으로서, 오늘은 이 말의 나머지 절반을 보여드리려고 합니다.
[30초 요약] 3배 레버리지 ETF는 상승장에서는 마법이지만, 큰 하락장을 만나면 -99% 수준까지 녹은 뒤 회복에 십수 년이 걸릴 수 있는 구조입니다(닷컴버블 대입 시). 다만 ‘추세가 꺾이면 잠시 내리는’ 관리 규칙을 붙이면 최대 낙폭이 절반 수준으로 줄어듭니다. 결론은 “사지 마라”가 아니라 “규칙 없이 들고 있지 마라”입니다.
왜 3배는 3배가 아닌가
이 상품도 곱버스와 같은 원리로 움직입니다. ‘하루’ 수익률의 3배를 따라가죠. 복리로 굴러가면 장기 수익률은 3배가 아니게 됩니다.
숫자로 보겠습니다. 지수가 100에서 90으로 내렸다가(-10%) 다시 100으로 회복(+11.1%)하는 이틀입니다.
3배 ETF: 첫날 -30%로 70. 둘째 날 +33.3%로 93.3.
지수는 제자리인데 3배 ETF는 -6.7%. 이 ‘변동성 요금’은 시장이 출렁일수록 커지는데, 3배는 2배보다 요금이 세 배쯤 비쌉니다. 나스닥 평균 변동성 기준으로 가만히 있어도 연 10%대가 이 요금으로 나갑니다.
상승장에서는 지수 상승이 요금을 압도해서 문제가 안 보입니다. 문제는 하락장입니다.
닷컴버블에 대입해봤습니다
3배 나스닥 ETF는 2010년에 상장됐습니다. 그래서 이 상품의 실적 그래프에는 진짜 큰 하락장이 없습니다. 2000년 닷컴버블 같은 것 말이죠.
당시 나스닥은 고점에서 -83% 빠졌습니다. 여기에 하루 3배 구조를 대입하면 어떻게 될까요. 지수가 -83%면 3배는 -99.9% 부근까지 내려갑니다. 1억 원이 10만 원 언저리가 된다는 뜻입니다.
더 무서운 건 회복입니다. 나스닥 지수도 전고점 회복에 15년이 걸렸는데, -99.9%에서 본전이 되려면 남은 돈이 1,000배가 되어야 합니다. 사실상 그 계좌는 끝난 겁니다. “10년 묻어두면 은퇴”는 그 10년에 대폭락이 없었다는 생존 편향 위에 서 있는 문장입니다.
그럼에도 쓰는 방법이 있긴 합니다
여기까지 읽으면 “그냥 사지 말라는 거네”로 들리실 텐데, 데이터는 조금 다른 말을 합니다.
저는 같은 3배 상품에 간단한 규칙 하나를 붙여서 과거 데이터를 돌려봤습니다. 지수가 장기 추세선(200일 이동평균선) 아래로 내려가면 잠시 안전자산으로 피하고, 다시 올라오면 복귀하는 규칙입니다.
무규칙 보유의 최대 낙폭이 -95%를 넘는 구간에서, 이 규칙 하나로 최대 낙폭이 -60%대로 줄었습니다. 여전히 아프지만, ‘계좌가 끝나는’ 것과 ‘크게 아프고 회복 가능한’ 것의 차이입니다. 변동성 요금도 시장이 험할 때(추세선 아래)를 피하니 자연히 덜 냅니다.
핵심은 상품이 아니라 규칙의 유무입니다. 같은 TQQQ라도 “그냥 보유”와 “추세 이탈 시 대피”는 다른 상품이라고 봐도 될 만큼 결과가 갈립니다.
제가 정리한 원칙
레버리지 ETF에 관심이 있다면, 최소한 이 세 가지는 정하고 시작하시길 권합니다.
전체 자산에서 이 상품의 비중 상한(저는 소수점 비중만 허용한다고 생각합니다), 추세가 꺾였을 때의 대피 규칙, 그리고 그 규칙을 감정 없이 실행할 방법. 셋 중 하나라도 없다면, 이 상품은 투자가 아니라 좋은 장세에 대한 베팅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2배(QLD 같은 것)는 좀 낫나요? 요금과 낙폭이 줄어들 뿐 구조는 같습니다. 닷컴버블 대입 시 2배도 -95% 수준입니다. ‘몇 배냐’보다 ‘규칙이 있냐’가 생존을 가릅니다.
연금계좌에서 사면 안 되나요? 국내 연금저축·IRP에서는 레버리지·인버스 ETF 매매가 아예 금지돼 있습니다. 노후 자금에 이 구조를 태우지 말라는 취지인데, 개인적으로 합리적인 규제라고 생각합니다.
국내 상장 나스닥 2배 ETF로 사면 세금은요? 국내 상장 파생형 ETF의 매매차익은 15.4% 과세 대상입니다. 그래서 이런 상품을 굳이 담는다면 손익통산과 저율과세가 되는 ISA 계좌 쪽이 유리합니다.
곱버스 글이랑 뭐가 다른가요? 같은 수학의 반대 방향입니다. 다만 곱버스는 시장의 장기 상승과도 싸워야 해서 ‘기다리면 필패’ 구조고, 3배 롱은 방향은 맞는데 경로에서 죽을 수 있는 구조입니다. 그래서 처방이 다릅니다 — 곱버스는 탈출, 3배 롱은 규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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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 방향 상품의 수학은 곱버스에 물렸다면, 버티기 전에 이 계산부터에 정리했습니다. 파생형 ETF의 세금 구조와 손익통산은 ISA 절세 계산 글을 참고하세요.
수익률 그래프의 오른쪽 끝만 보고 상품을 판단하면, 그래프에 없는 왼쪽 절벽을 만났을 때 대책이 없습니다. 데이터는 양쪽을 다 보라고 있는 겁니다.
※ 본 글은 특정 상품의 매수·매도 권유가 아닙니다. 시뮬레이션은 과거 데이터 기반이며 미래 성과를 보장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