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이 팔기 시작하는 신호, ‘분배일’을 세는 법

지수는 분명 오르고 있는데, 이상하게 상승이 힘겨워 보이는 시기가 있습니다. 조금 오르면 바로 밀리고, 큰손들이 슬금슬금 빠져나가는 느낌이 드는 그런 장이요.

이 ‘느낌’을 숫자로 바꾸는 방법이 있습니다. 미국의 전설적 투자자 윌리엄 오닐이 정리한 ‘분배일’과 ‘팔로우스루데이’입니다. 저는 이 두 지표를 매일 자동으로 세는 시스템을 직접 운영하는데, 오늘은 그 개념과 세는 법을 공유합니다.

[30초 요약] 분배일은 ‘기관이 대량으로 판 흔적이 있는 날’입니다. 최근 25거래일 안에 이런 날이 4~5개 쌓이면 상승 추세가 위험하다는 경고입니다. 반대로 하락 뒤 반등을 확인해주는 신호가 ‘팔로우스루데이’입니다. 이 둘로 지금이 살 때인지 참을 때인지 가늠합니다.

분배일이란 무엇인가

분배일(Distribution Day)은 이름 그대로 ‘분배’, 즉 기관이 물량을 시장에 내다 파는 날입니다. 정의는 간단합니다.

지수가 전날보다 일정 수준(보통 0.2%) 넘게 하락했는데, 거래량은 전날보다 늘어난 날.

거래량이 늘면서 떨어졌다는 건, 누군가 대량으로 팔았다는 뜻입니다. 개인이 조금씩 판 게 아니라 큰손이 움직인 흔적이죠. 그래서 ‘분배’입니다.

하루쯤은 그럴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게 쌓일 때입니다.

4~5개면 경고등입니다

최근 25거래일(약 한 달) 안에 분배일이 몇 개인지를 셉니다.

1~2개는 정상입니다. 3개부터 주의, 4~5개가 쌓이면 상승 추세가 꺾일 위험이 크다고 봅니다. 실제로 역사적인 고점 직전에는 이 분배일이 촘촘하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세는 데 규칙이 하나 더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약 25일) 오래된 분배일은 만료되어 빠집니다. 그리고 지수가 이전 고점을 시원하게 돌파하면 카운트가 리셋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지금 이 순간의 분배일 개수’는 매일 조금씩 변합니다. 제가 이걸 매일 자동으로 세는 이유가 이겁니다. 손으로 세면 놓치거든요.

반대편 신호, 팔로우스루데이

분배일이 ‘팔 때가 다가온다’는 신호라면, 팔로우스루데이(FTD, Follow-Through Day)는 ‘바닥이 확인됐다’는 신호입니다.

하락하던 시장이 어느 날 반등을 시작합니다. 그런데 반등 첫날은 못 믿습니다. 죽은 고양이도 튀어오르니까요. 그래서 반등이 4일차 이후까지 버틴 뒤(통상 4~10일차), 그날 지수가 거래량 증가와 함께 1.5% 안팎 이상 크게 오르면 그때 비로소 ‘진짜 반등이 시작됐다’고 인정합니다. 이게 팔로우스루데이입니다.

오닐의 표현을 빌리면, 모든 새로운 상승장은 팔로우스루데이로 시작합니다. 물론 팔로우스루데이가 떴다고 100% 상승장이 되는 건 아닙니다. 대략 셋 중 하나는 실패합니다. 하지만 팔로우스루데이 없이 시작된 상승장은 거의 없다는 게 핵심입니다. 그래서 ‘충분조건은 아니지만 필요조건’으로 씁니다.

이걸로 뭘 하나요

저는 이 둘을 ‘신규 매수를 해도 되는 시기인지’를 판단하는 신호등으로 씁니다.

분배일이 4~5개 쌓이면 신규 매수를 멈추고 관망합니다. 새로 사기 좋은 환경이 아니라는 뜻이니까요. 반대로 하락장 뒤에 팔로우스루데이가 뜨면, 조심스럽게 다시 매수를 시작할 근거가 생깁니다.

중요한 건 이게 ‘개별 종목을 사라 팔라’가 아니라 ‘지금 시장 전체의 체력이 어떤가’를 보는 지표라는 점입니다. 아무리 좋은 종목도 시장 전체가 분배일로 무너지는 국면에서는 힘을 못 씁니다. 배가 가라앉는데 좋은 객실을 고르는 건 의미가 없죠.

자주 묻는 질문

개인 투자자가 이걸 매일 세는 게 현실적인가요? 솔직히 매일 손으로 세는 건 번거롭습니다. 그래서 저는 자동화했지만, 꼭 매일이 아니어도 됩니다. 주 1회 정도 ‘최근 한 달에 하락하면서 거래량 는 날이 4개 이상인가’만 확인해도 큰 그림은 잡힙니다.

한국 시장에도 적용되나요? 원리는 같습니다. 다만 코스피와 코스닥은 성격이 달라서 저는 따로 셉니다. 코스닥이 더 변동이 커서 기준을 조금 다르게 잡는 편입니다.

분배일이 많은데 지수는 오르면요? 그런 ‘불안한 상승’이 가장 위험합니다. 겉으로는 오르는데 속으로는 큰손이 빠져나가는 국면이라, 어느 순간 급하게 꺾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수만 보지 말고 그 속의 거래량을 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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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추세를 판단하는 또 다른 방법인 이동평균선 규칙은 이동평균선 30년 백테스트에서 30년 데이터로 검증했습니다. 하락장에서 인버스로 대응하는 것이 왜 통계적으로 불리한지는 곱버스의 수학에 정리했습니다.

시장을 예측할 수는 없지만, 시장의 체온은 잴 수 있습니다. 분배일은 그 체온계 중 하나입니다.

※ 본 글은 특정 매매 시점 권유가 아니며, 소개한 지표는 참고용 판단 도구입니다. 실제 기준값은 방법론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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