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가 200일 이동평균선을 깨면 팔고, 회복하면 사라.”
투자 격언 중에 이만큼 자주 인용되면서 이만큼 검증 안 된 말도 없습니다. 저는 이게 진짜 통하는지 궁금해서, 코스피 지수 약 30년치를 놓고 직접 돌려봤습니다. 결과가 제 예상과 달라서 공유합니다.
[30초 요약] 코스피를 그냥 들고 있는 것과, ‘이동평균선 아래면 현금·위면 보유’를 반복하는 것을 30년으로 비교했습니다. 수익률은 후자가 조금 높았고, 결정적으로 최대 낙폭이 -65%에서 -31%로 절반이 됐습니다. 다만 이 규칙의 진짜 가치는 ‘더 버는 것’이 아니라 ‘덜 잃는 것’이었습니다.
규칙은 이게 전부입니다
복잡한 지표는 없습니다. 딱 하나입니다.
지수가 이동평균선(장기 추세선) 위에 있으면 보유. 아래로 내려가면 현금. 다시 위로 올라오면 재매수.
여기에 잦은 매매를 막는 장치 하나만 더했습니다. 선을 살짝 스칠 때마다 사고팔면 수수료로 죽으니까, 위아래로 일정 폭을 확실히 넘어설 때만 움직이게 했습니다. 이걸 히스테리시스라고 부르는데, 문턱을 조금 높여 뒀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제가 실제 운용에 쓰는 정확한 문턱값은 공개하지 않습니다 — 몇 %로 잡아도 구조의 결론은 같았습니다).
30년 돌린 결과
코스피 지수를 1990년대 중반부터 최근까지 놓고 두 전략을 비교했습니다.
그냥 보유(존버): 장기 우상향으로 수익은 났지만, 중간에 계좌가 고점 대비 -65%까지 빠지는 구간을 두 번(외환위기, 금융위기) 지납니다.
이동평균선 규칙: 연 수익률은 존버보다 오히려 조금 높았고, 최대 낙폭은 -31%로 절반 아래였습니다.
숫자만 보면 “수익도 높고 덜 빠지니 완승 아니냐” 싶은데, 여기엔 함정이 있습니다.
이 규칙의 진짜 정체는 ‘방어’입니다
수익률이 존버보다 높게 나온 건 저 두 번의 대폭락을 피한 덕이 큽니다. 즉 이 전략이 돈을 ‘번’ 게 아니라, 크게 ‘잃지 않은’ 게 복리로 쌓인 겁니다.
평범한 상승장에서는 오히려 이 규칙이 손해입니다. 선을 잠깐 깼다가 회복하는 가짜 신호(휩쏘)마다 팔았다 다시 사면서 조금씩 손해를 봅니다. 30년 중 이런 ‘헛매매’가 수십 번 나옵니다. 이걸 버텨낼 수 있어야 저 방어 효과를 얻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규칙을 ‘수익 전략’이 아니라 ‘보험’으로 이해합니다. 평소엔 보험료(휩쏘 손실)를 조금씩 내다가, 진짜 위기 때 크게 보상받는 구조입니다. 마침 미국 자산운용사 리서치(대표적으로 파버의 200일선 연구)도 같은 결론입니다. 추세추종의 가치는 초과수익이 아니라 낙폭 축소에 있다는 것.
그럼 이걸 써야 하나요
정답은 사람마다 다릅니다.
폭락장에서 -60%를 견딜 수 있는 강심장이라면, 굳이 헛매매 비용을 낼 필요 없이 그냥 들고 가도 됩니다. 반대로 큰 하락을 만나면 무서워서 바닥에 파는 성격이라면, 이 규칙이 그 ‘바닥 투매’를 규칙으로 막아줍니다. 감정 대신 선이 팔아주니까요.
핵심은 규칙을 정했으면 감정 없이 지키는 것입니다. 좋을 때 헛매매가 답답하다고 규칙을 버리면, 정작 위기 때 방어를 못 받습니다. 보험을 해지한 다음 달에 사고가 나는 격이죠.
자주 묻는 질문
며칠짜리 이동평균선을 써야 하나요? 장기용은 200일선, 조금 더 민감하게는 50일선을 씁니다. 짧을수록 빨리 반응하지만 헛매매가 늘고, 길수록 둔하지만 헛매매가 줍니다. 정답은 없고, 저는 성격이 다른 두 선을 같이 봅니다. 중요한 건 ‘무슨 선이냐’보다 ‘정했으면 지키느냐’입니다.
개별 종목에도 되나요? 개별 종목은 지수보다 변동이 크고 상장폐지 위험도 있어서, 이동평균선 규칙의 통계가 훨씬 지저분해집니다. 이 전략은 분산된 지수에서 가장 안정적으로 작동합니다.
지금 코스피가 선 위에 있으면 사도 되나요? 이 글은 특정 시점의 매수 신호가 아니라 30년 통계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이동평균선은 방향이 바뀌고 한참 뒤에야 신호를 주는 ‘후행’ 지표라, 이거 하나로 매수 타이밍을 잡는 용도는 아닙니다.
함께 읽으면 좋은 글
같은 데이터로 ‘하락장에 인버스를 드는 것’을 검증한 결과는 곱버스의 수학에 있습니다. 이동평균선 규칙을 레버리지 상품에 적용하면 생존율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는 3배 레버리지 장기보유 실측에서 다뤘습니다.
좋은 전략은 화려하지 않습니다. 크게 잃지 않는 것을 30년 반복하는 것, 그게 대부분의 승부를 가릅니다.
※ 본 글은 특정 매매 시점 권유가 아닙니다. 백테스트는 코스피 지수 기준 과거 데이터이며(거래비용 반영) 미래 성과를 보장하지 않습니다.